죽은줄만 알았던 호박이 비를 맞아 늦게나마 열매를 맺었다.


시간이 지나면 늙은 호박으로 변하겠지.
좋아하는 시다.
늙은호박/박철영詩
세상사를 말 할 때는
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
홀로 꽃 피우고 맺힌
호박덩어리 일지라도
단 한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았다
숨 턱턱 막힌 삼복더위와
처서 넘은 입동까지도
지칠 줄 몰랐을 저 불같은 성정
초겨울 서릿발 돋친 논두렁에서
넝쿨까지 마른 너를 거둬
두동강 낸 뒤에야
한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
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다.

'호박덩어리 일지라도
단 한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았다'는 시인의 글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.